지금의 나 #1

 아주 오래간만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연달아 어쩐지 편안함을 주는 우울한 소설들을 읽은 탓이기도 하고, 아주 오래간만에 애들로 부터 벗어나 고요하게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을 2권 읽었는데, 동시대 비슷한 과거를 살아온 느낌. 서울 어느 한 쪽에는 풍요롭고 사랑받는 아이들이 있던 시절, 그 도시의 변두리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10대를 보낸 내가 느꼈던, 잊었던 어정쩡함이 조금 기억났다. 뜻하지 않게 풍요로운 세계로 들어왔을 때의 외로움 같은거. 지금의 나는 어디있는 걸까.
 
 아주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또래 평균적인 나이의 아이가 2명 있다. 고소득은 아니지만 월급 밀리는 일 없는 직장에 부부가 다니며, 일년에 한 번 쯤 온 가족 해외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종종 등장하는 밑빠진 독 같은 양가 부모 걱정도 없고, 양가는 모두 맞벌이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계시면서도, 각자의 적당한 여가를 즐기신다. 애들은 2살 터울이라 둘이 죽어라 한 번씩 싸우는 것 외에는 걱정도 없다. 나는 직장을 다닌 다는 핑계로 아주 가끔은 비싼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필요한 옷들을 사 들인다. 출장 덕에 한 번씩 어느 도시의 바닷가 호텔에 혼자 잘 수도 있고, 야근과 회식을 핑계로 퇴근 후 잠든 아이들을 그저 들여다보며 깨우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누르는 호사아닌 호사를 누린다. 다 같이 아침밥 같은 건 안먹는다. 다 같이 씨리얼이 당연하다.

 반면 나는, 골프백을 매고 아이들을 등교 버스에 태우러 나온 엄마들 사이에서, 서류 뭉치를 둘러 매고 버스보다 먼저 회사로 자리를 뜬다. 커피라도 한잔 사서 출근하고 싶은 욕심에, 버스 떠나기 전에 먼저 손을 흔든다. 애들 학교 행사는 공지를 읽어보지도 못한다. 숱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뜨지만, 다 처리할 능력이 없다. 아이들은 그냥 행사는 엄마가 못오는 걸로 알고 살아간다. 학기가 시작하고 2달만에 담임 선생님 얼굴을 봤다. 공부는 모르겠다. 아직 신경 쓸 때는 아닌 듯 하니 그냥 둔다. 다른 아이들이 각종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한 번씩 알고는 놀라지만, 그냥 모른척한다. 가끔 학교 모임에 나가서는 물 속에 기름처럼 이질적인 존재로 앉아있다가, 미안한 마음에 커피라도 산다. 

 아, 게다가 나는 주말도 아닌 월말 부부쯤 되니, 주말에는 징징거리는 아이 둘을 달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일단 나가보지만, 이내 힘이 빠져서 어떻게든 카페나 식당으로 끌고 들어가 무언가 먹인다. 남자 아이들이라 그 마저도 30분 이상 앉아있기 힘들지만, 어르고 달라서 잠시 앉았다가 엄마 때문에 재미없게 주말이 끝났다는 비난을 삼키며, 미안하다며 주말을 끝낸다. 월요일에는 뭘로 시달릴까 고민하며 다시 출근을 하고, 한주를 버티고 다시 주말이 된다. 재테크에라도 성공했으면 좋으련만, 그냥 열심히 벌어야 애들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만 다짐한다. 애들에겐 바쁜 엄마라 늘 미안하고, 애 맡긴 부모님께도 늘 죄송하다.  

 그래서 나의 애들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게 해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아이들은, 나는 더 행복한걸까. 



덧글

  • 커부 2018/11/19 18:52 # 답글

    뭔가, 엄마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 AsYouWere 2018/11/20 00:49 #

    엄마들 다들 비슷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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